713억원 투입 여수세계섬박람회 파행에 김영록 전 지사 책임론 확산개막 직전까지 공동조직위원장 맡아 준비 총괄한 책임 규명 요구, 주행사장 선정부터 예산 집행·콘텐츠 구성까지 전면 감사 필요성 제기700억원이 넘는 사업비가 투입된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가 콘텐츠 부실과 흥행 실패 논란에 휩싸이면서, 개막 직전까지 전남도지사와 박람회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았던 김영록 전 지사의 책임론이 확산하고 있다.
현재 박람회 현장에서 드러난 문제는 일부 공연이나 식당 운영상의 실수만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사장 선정과 기반시설 조성, 콘텐츠 기획, 예산 배분, 홍보 전략 등 장기간에 걸친 준비 과정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김 전 지사는 지방선거 전까지 전남도정을 이끌면서 박람회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았다. 정부에 각종 지원을 요청하고 준비 상황을 직접 보고하는 등 박람회 추진의 핵심 책임자 역할을 수행했다.
따라서 개막 이후 드러난 부실을 현 조직위원회나 여수시의 현장 운영 책임으로만 돌릴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개막 보름간 관람객 18만5천명, 목표 달성에 빨간불
여수세계섬박람회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5일 개막 이후 19일까지 주행사장과 부행사장을 방문한 관람객은 18만5천202명으로 집계됐다.
조직위는 11월 4일까지 61일간 300만명을 유치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행사 기간의 약 4분의 1이 지났지만 목표 대비 관람객은 6.2% 수준에 머물렀다.
개막 이후 하루 평균 관람객은 약 1만2천여명이다. 남은 기간 목표를 달성하려면 하루 평균 6만명 이상이 찾아야 해 사실상 관람객 목표를 현실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지난 19일에는 지역 기업의 후원으로 여수시민 무료입장 행사가 열리면서 하루 관람객이 5만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무료입장과 경품행사 효과가 컸다는 점에서 박람회 콘텐츠 자체가 관람객을 끌어모은 결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입장권 판매 수입 역시 19일 기준 35억2천여만원으로 목표액 96억원의 36.7%에 머물렀다. 이마저도 기업과 기관 등에 사전 판매된 입장권이 포함된 수치다.
1t 트럭에 천 씌운 ‘트럭배’, 국제행사 수준 논란
행사 콘텐츠의 완성도도 도마 위에 올랐다.
거문도 전통 노동요를 재현한다며 1t 트럭 적재함 주변에 천을 두르고 돛을 단 이른바 ‘트럭배’ 공연은 박람회 부실 논란을 상징하는 장면이 됐다. 천 사이로 차량의 형태가 그대로 노출되면서 700억원대 국제행사의 공연으로 보기에는 지나치게 조악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조직위는 해당 공연이 박람회 핵심 콘텐츠가 아닌 지역 문화예술단체 초청 공연이며 투입 예산도 200만∼300만원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문제는 개별 공연에 들어간 비용만이 아니다. 국제행사에 걸맞은 사전 검수와 품질 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래 교통수단 체험이라고 홍보한 프로그램이 키오스크에서 가상 탑승권을 발권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비판도 나왔다. 전시 콘텐츠의 양과 질, 전시관별 연계성이 부족해 “볼 것이 없다”, “입장료가 아깝다”는 관람 후기가 이어졌다.
박람회의 핵심 주제가 ‘섬’인데도 주행사장에서 부행사장인 개도와 금오도로 바로 이동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마련되지 않은 점도 문제로 꼽힌다. 섬을 주제로 내세우고도 정작 관람객이 섬을 체험하기 어려운 구조로 행사장이 설계됐다는 것이다.
1만4900원 게장백반과 결제 불편도 준비 부족 드러내
주행사장 식당에서 판매된 1만4900원짜리 간장게장 백반도 가격에 비해 구성이 부실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간장게장과 밥, 국물, 김치, 콘샐러드, 조미김 등이 담긴 식단 사진이 온라인에 확산하면서 박람회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줬다. 음식 리뷰 유튜버는 게장의 맛과 살은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밥 상태와 전체적인 구성에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외국인과 국내 관람객을 위한 결제 환경도 개막 전에 충분히 정비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판매시설에서는 알리페이와 카카오페이 등의 사용 여부가 명확히 안내되지 않았고, 외국어 메뉴판과 전시 해설 인력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같은 문제들은 개막 후 즉석에서 발생한 돌발 상황이라기보다 사전 시뮬레이션과 관람객 동선 점검을 통해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던 사안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직접 사업비 713억원, 연계사업 포함 1800억원대
박람회 직접 사업비는 713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주행사장 조성에 147억원, 주제관 조성에 104억원, 국제학술대회 등 행사 개최에 57억원, 홍보·마케팅에 50억원 등이 책정됐다.
여기에 ‘여수로 섬잇트레일’과 ‘K-미디어 섬 테마파크’ 등 연계사업을 포함하면 전체 투자 규모는 1800억원대에 이른다.
막대한 공공재정이 투입된 만큼 단순히 관람객 수만 따질 것이 아니라 사업비가 당초 계획대로 사용됐는지, 콘텐츠 계약과 업체 선정은 적정했는지, 성과평가와 사전 검증은 제대로 이뤄졌는지 철저히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기존 여수세계박람회장이 있는데도 돌산읍 진모지구를 주행사장으로 선정한 배경과 의사결정 과정도 점검 대상으로 거론된다. 주행사장과 섬 지역을 연결하는 교통망이 부족한 상황에서 현재의 장소가 박람회 취지와 관람객 편의에 적합했는지를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개막 직전까지 “철저히 준비하겠다”던 김영록 전 지사
김영록 전 지사는 공동조직위원장으로서 박람회 준비 과정에 직접 관여했다.
김 전 지사는 지난 4월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여수 진모지구를 방문했을 당시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안전하고 완성도 높은 박람회가 되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달 김민석 국무총리에게도 박람회 준비 상황을 설명하고 여객선 운임 지원, KTX 전라선 증편, 여수공항 부정기 국제선 운항 등 정부 지원을 요청했다.
당시 이미 일부 언론과 온라인에서는 공사 진척도와 콘텐츠 경쟁력, 흥행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정부도 개막을 불과 수개월 앞두고 현장 점검에 나서 시설과 교통, 숙박, 의료, 안전관리, 관람객 편의 대책을 보완하라고 주문했다.
그런데도 개막 이후 기본적인 결제수단과 외국어 안내, 전시 해설, 음식 품질, 공연 검수 등에서 문제가 드러났다. 공동조직위원장과 전남도 차원의 관리·감독이 실효성 있게 이뤄졌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현 집행부에 수습 맡기고 전임 책임자는 침묵해서는 안 돼
서영학 여수시장은 최근 현안점검회의에서 트럭배 공연과 게장백반 논란을 직접 거론하며 “어찌 됐건 그런 모습이 나간 것은 우리 잘못”이라며 여수시와 조직위원회의 책임을 인정했다.
또한 박람회장을 직접 방문해 결제수단과 외국어 안내, 식당 운영, 전시 해설 등 관람객 불편 사항을 점검하고 개선책 마련을 주문했다.
현재 집행부가 남은 기간 행사를 정상화하고 관람객 불편을 줄여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개막 후 수습에 나선 현 집행부에만 책임을 떠넘기고, 수년간 준비와 예산 집행을 지휘한 전임 책임자가 침묵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 전 지사는 공동조직위원장으로서 어떤 보고를 받았는지, 개막 전 제기된 우려에 어떤 보완 조치를 지시했는지, 콘텐츠와 행사장 운영에 대한 사전 검증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공개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정치 공방 아닌 감사와 객관적인 성과평가 필요
일부 온라인 게시물에서 나타난 지역 비하와 행사 참여 시민에 대한 조롱은 정당화될 수 없다. 박람회를 위해 일한 공무원과 자원봉사자, 시민 개인을 공격하는 것과 정책 결정권자의 책임을 묻는 것은 분명히 구분돼야 한다.
김 전 지사 책임론 역시 정치적 공세에 그쳐서는 안 된다. 전남도와 여수시, 조직위원회의 업무 분담과 의사결정 구조를 확인하고 사업비 집행 내역과 계약 과정, 콘텐츠 선정 및 사전 평가 자료를 객관적으로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여수세계섬박람회는 오는 11월 4일까지 이어진다. 남은 기간 행사를 보완하는 노력과 별개로, 폐막 후에는 부실 준비와 흥행 실패 논란에 대한 명확한 책임 규명이 뒤따라야 한다.
막대한 혈세가 투입된 국제행사를 추진한 전남도와 여수시, 조직위원회는 결과로 평가받아야 한다. 그 책임의 중심에서 전남도정과 박람회 조직을 이끌었던 김영록 전 지사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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