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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고뉴스] 조찬옥 칼럼 = 대법 재판연구관과 부장판사를 지낸 법관 출신인 김태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9월 30일 JTBC 유튜브 채널 ‘장르만 여의도’에 출연해 전두환 전 대통령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여부를 묻는 질문에 모두 “아니다”라는 취지로 답한 것을 두고 정치권과 5·18 관련 단체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이미 법원의 확정판결이 존재한다. 김 의원은 진행자가 법적 판결이 내려진 사안이라는 점을 지적하자 “단정적으로 내란이라고 하는 부분은 선뜻 동의하기 어렵고 역사적 평가가 더 필요한 부분”이라는 취지로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그러나 법관 출신으로서 사법적 판단의 의미와 확정판결의 법적 효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국회의원이 이러한 발언을 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가 헌정질서와 법치주의를 어떤 기준으로 바라봐야 하는지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더욱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은 김 의원이 자신의 주장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재심 무죄 사례를 거론했다는 점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 사건의 재심과 전두환 전 대통령의 내란 사건을 동일한 논리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이 적절한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과거의 판결이 새로운 증거나 재심 절차 등을 통해 뒤집힐 가능성이 있다는 일반론과, 현재 법적으로 유효한 대법원 확정판결의 효력을 부정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법치주의는 자신이 동의하는 판결만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적법한 절차를 거쳐 확정된 판결의 효력을 존중하는 데서 출발한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경우 12·12 군사반란과 5·18 관련 사건 등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 이미 내려졌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내란수괴와 내란목적살인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았고, 1997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형이 확정됐다.
따라서 역사적 사건에 대해 새로운 연구와 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는 주장과 이미 존재하는 사법부의 확정판결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는 구분해야 한다. 역사의 평가는 시대와 연구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그것이 곧 현재 존재하는 확정판결의 법적 효력을 없애는 것은 아니다.
법관 출신 국회의원이라면 이러한 차이를 더욱 엄격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 정치적 견해에 따라 판결에 비판적인 의견을 제시할 자유는 누구에게나 있지만, 법률이 정한 절차를 거쳐 확정된 판결의 존재와 효력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에게는 자유로운 정치적 발언이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국회의원의 표현의 자유와 헌정질서에 대한 책임 역시 함께 존재하며, 특히 법관을 지낸 국회의원이라면 자신의 발언이 사법제도와 법치주의에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질지 더욱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김 의원의 발언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10월 1일 국회에 징계안과 제명 촉구 결의안을 제출했다. 5·18민주유공자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 등 5·18 관련 단체들도 공동성명을 통해 김 의원에게 사과와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고 국민의힘에는 공식 사과와 징계를 촉구했다.
물론 국회의원에 대한 징계나 제명 여부는 헌법과 국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판단돼야 한다. 정치적 비판과 실제 징계 절차 역시 구분돼야 하며, 최종적인 판단은 국회가 정해진 절차에 따라 내려야 할 문제다.
그러나 이번 논란은 국회의원이 헌법과 법치주의를 존중하기 위해 가져야 할 최소한의 책임이 무엇인지 다시 묻는 계기가 되고 있다. 특히 판사 출신 의원이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존재하는 사건을 두고 사실상 그 판단을 부정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점은 결코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재심 무죄 역시 국가권력에 의해 내려졌던 과거의 잘못된 사법 판단을 훗날 법원이 재심이라는 적법한 사법절차를 통해 바로잡은 사례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바로 그 점에서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기존 확정판결을 정치적 주장으로 부정하는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
정치인은 얼마든지 역사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가질 수 있고 기존 판결을 비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역사적 평가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과 현재 존재하는 사법부의 확정판결을 사실상 인정하지 않는 것은 분명 구분돼야 한다.
그래서 김태규 의원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법원의 확정판결이 자신의 역사관이나 정치적 판단과 다르다면 그 판결의 효력까지 부정할 수 있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국민에게 법과 판결을 존중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 법치주의의 기준은 무엇인가.
국회는 단순히 정치적 주장을 펼치는 공간이 아니다. 헌법과 법률을 만들고 국가의 헌정질서를 유지해야 할 헌법기관이며, 그 구성원인 국회의원의 발언에는 표현의 자유와 함께 그에 상응하는 헌정적 책임도 따른다.
역사는 계속 연구되고 새롭게 평가될 수 있다. 그러나 역사적 평가를 이유로 법원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확정한 판결의 존재와 효력까지 흔들어서는 안 된다.
법관 출신 국회의원이라면 누구보다 법과 판결의 무게를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이번 논란에서 국민이 확인하고 싶은 것은 한 정치인의 정치적 성향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헌정질서와 법치주의를 어떤 기준으로 존중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일 것이다.
김태규 의원과 국민의힘은 이번 발언이 대법원 확정판결과 법치주의에 대한 자신들의 인식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 국민 앞에 분명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조찬옥 / (사)민주화추진협의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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