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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근 詩線] 《오늘의 신선》 ▪︎ 작시: 유호근(예종)
옛 신선은 세상을 떠나 산으로 들어갔다. 구름 아래 이름을 벗어놓고 바람 하나를 벗 삼아긴 생을 꿈꾸었다. 그러나 오늘의 신선은 사람들 사이에 산다. 수많은 얼굴이 지나가고 수많은 말이 떠도는 거리에서
옛 신선이 산을 찾아 들어갔다면 오늘의 신선은 마음 깊은 곳에 산 하나를 세운다. 세상의 소리가 높아질수록 더 낮아지는 봉우리 욕망이 밀려올 때마다 말없이 등을 내어주는 한 그루 나무처럼. 어느 날 손에 쥔 것을 하나씩 놓고 빈손으로 저녁을 맞는다.
그제야 보인다. 빈손 사이로 바람이 지나가고, 오래 붙잡았던 것보다 놓아버린 것들이 마음을 더 가볍게 했다는 것을.
해가 기울면 한 사람의 목소리를 오래 듣고, 식어가는 찻잔 곁에서 오늘의 온기를 생각한다. 멀리 가지 않아도 하루는 깊어지고, 오래 살지 않아도 한 순간은 한 생보다 넓어진다.
산속에 들어가지 않아도 좋다. 세상 한가운데서 세상에 끌려가지 않는 것. 그것으로 충분하다.
저녁이 오고 마음 속 산 위에 말없이 별 하나 뜬다.
그제야 안다. 신선은 어딘가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 마침내 자기 마음으로 돌아온 사람이라는 것을.
[ 작가의 노트 ]
《오늘의 신선》 ― 산을 떠난 신선, 마음으로 돌아온 인간 ▪︎ 작가: 유호근(예종)
‘신선’이라는 말은 오래된 말이다. 옛사람에게 신선은 속세를 벗어난 존재였다. 깊은 산으로 들어가 구름과 바람을 벗 삼고, 인간의 욕망과 시간의 한계를 넘어 오래 사는 존재를 꿈꾸었다.
그러나 나는 어느 날 이 오래된 신선의 이미지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오늘날에는 어디로 가야 세상을 벗어날 수 있을까. 산으로 들어간다고 세상이 사라지는가. 사람을 만나지 않는다고 비교가 사라지는가. 휴대전화를 내려놓는다고 욕망이 사라지는가.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오늘의 세상은 산보다 훨씬 깊이 우리의 마음속으로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신선’을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오늘의 신선은 산속에 숨어 있는 사람이 아니라, 세상 한가운데서도 자기 마음을 잃지 않는 사람일 수 있지 않을까. 그 질문에서 이 시가 시작되었다.
1. 옛 신선에서 오늘의 신선으로
이 시의 첫 문장은 옛 신선을 호출한다. 옛 신선은 세상을 떠나 산으로 들어갔다. 옛 신선에게 산은 현실로부터의 탈출구였다.
산은 속세와 떨어진 곳이며, 욕망이 닿지 않는 곳이고, 시간의 흐름을 잊을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산으로 들어갈 수 없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산으로 들어간다고 해서 속세를 벗어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세상은 휴대전화 화면 안에 있고, 타인의 삶은 매 순간 우리 눈앞에 펼쳐지며, 비교는 국경도 거리도 없다. 사람은 혼자 있어도 수많은 사람과 비교한다. 아무도 박수치지 않아도 인정받고 싶어 한다. 그래서 오늘의 신선에게 필요한 것은 세상을 떠나는 일이 아니라 세상이 마음속까지 들어오지 못하도록 자기 안에 하나의 고요를 만드는 일이다. 나는 그 고요를 ‘마음속의 산’이라고 생각했다.
2. ‘마음속에 산 하나를 세운다’
이 시의 중심 이미지는 산이다. 그러나 이 산은 실제의 산이 아니다. 내면의 중심이다. 세상의 소리가 높아질수록 더 낮아지는 봉우리. 이 역설적인 표현을 통해 나는 현대인이 가져야 할 힘을 말하고 싶었다. 세상은 우리에게 더 높이 올라가라고 한다. 더 많이 가지라고 하고, 더 빨리 가라고 하고, 더 유명해지라고 하고, 더 많은 사람에게 인정받으라고 한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오늘의 신선은 그 반대편에 서 있다. 높아지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 아니라 높아질 필요가 없음을 아는 사람. 많이 가지기 위해 자신을 소모하는 사람이 아니라 적게 가져도 마음이 가난하지 않은 사람. 누군가를 이겨야 자신이 커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자리에서 조용히 자기 삶을 살아낼 수 있는 사람. 그래서 오늘의 신선에게 산은 정상을 향해 오르는 장소가 아니다. 오히려 더 이상 오르지 않아도 되는 내면의 자리다.
3. 나무는 왜 그 산에 서 있는가
시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욕망이 밀려올 때마다 말없이 등을 내어주는 한 그루 나무처럼. 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나는 그 산 위에 나무 한 그루를 세우고 싶었다.
나무는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바람을 견딘다. 나무는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계절을 온몸으로 통과한다. 봄에는 싹을 내고, 여름에는 그늘을 만들고, 가을에는 잎을 내려놓고, 겨울에는 빈 가지로 선다.
그래서 나무는 살아 있음과 내려놓음의 상징이 된다. 특히 인생 후반에 들어서면 사람은 나무에게서 삶의 다른 지혜를 배운다. 나무는 잎을 붙잡고 늙지 않는다. 때가 되면 놓는다. 그리고 그 빈 가지로 다음 계절을 기다린다. 나는 이것이 인간의 늙음과도 닮았다고 생각한다.
4. 빈손은 실패가 아니라 자유다
이 시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 가운데 하나는 빈손이다. 어느 날 손에 쥔 것을 하나씩 놓고 빈손으로 저녁을 맞는다. 젊을 때의 인간은 손에 무언가를 쥐는 일에 익숙하다.
돈을 쥐고, 명예를 쥐고, 지위를 쥐고, 사람을 쥐고, 기억과 과거의 영광까지도 쥐려고 한다. 그러나 인생의 어느 지점에 이르면 문득 알게 된다. 붙잡은 모든 것은 언젠가 손에서 빠져나간다는 것을.
그렇다면 빈손은 패배인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빈손은 더 이상 붙잡을 필요가 없는 사람의 손이다. 그래서 이 시에서 빈손 사이로 바람이 지나간다. 빈손 사이로 바람이 지나가고, 손에 무엇인가 가득 쥐고 있을 때는 바람을 느끼기 어렵다. 그러나 손을 펴면 바람이 들어온다. 나는 이것을 인간의 삶에 대한 하나의 은유로 생각한다. 비워야 비로소 들어오는 것이 있다.
5. 장수보다 깊이를 선택하다
옛 신선이 꿈꾸었던 것은 오래 사는 일이었다. 그러나 오늘의 인간에게 필요한 질문은 단순히 ‘얼마나 오래 살 것인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어떻게 살 것인가.’ 이다.
한 생을 백 년 가까이 살면서도 자기 삶의 의미를 한 번도 묻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단 한 번의 저녁이라도 누군가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듣고, 따뜻한 차 한 잔의 온기를 느끼고, 저무는 햇살을 바라보며 살아 있음에 감사한다면 그 순간은 아주 깊은 시간이 된다.
그래서 시에서 오래 살지 않아도 한 순간은 한 생보다 넓어진다. 라고 썼다.
이것은 장수를 부정하는 말이 아니다. 시간의 길이보다 삶의 밀도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은 모두 다르지만, 그 시간을 얼마나 깊이 살아내는가는 우리에게 남겨진 자유이기 때문이다.
6. 찻잔과 한 사람의 목소리
나는 거대한 사건보다 아주 작은 장면을 시 속에 넣고 싶었다. 식어가는 찻잔 곁에서 오늘의 온기를 생각한다. 삶의 진실은 때로 거대한 철학보다 작은 사물 하나에 더 가까이 있다. 식어가는 찻잔은 시간을 말한다. 한때 뜨거웠지만 조금씩 식어간다.
우리의 삶도 그렇다. 젊음도 식어가고, 열정도 식어가고, 몸도 서서히 식어간다. 그러나 그 사실이 슬픔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식어가는 것을 알기에 우리는 지금의 온기를 소중히 여길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의 신선이란 시간을 멈추는 사람이 아니라,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순간의 온기를 온전히 누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7. 마지막의 별
시의 마지막에는 별 하나를 놓았다. 저녁이 오고 마음속 산 위에 말없이 별 하나 뜬다. 처음에는 산이었다. 그리고 그 산 위에 나무가 있었고, 빈손 사이로 바람이 지나갔으며, 저녁이 왔다. 마지막에는 별이 뜬다.
나는 여기에서 설명을 끝내고 싶었다. 별은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어둠 속에서 빛난다. 그래서 별은 초월과 희망, 침묵과 존재의 빛을 동시에 품는다. 인생이 깊어질수록 사람은 모든 질문에 답하려 하지 않는다. 어떤 것은 그저 바라본다.
저녁을 바라보고, 하늘을 바라보고, 자신이 지나온 삶을 바라본다. 그리고 어느 순간 자신이 그렇게 애써 찾던 답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마음으로 돌아오는 데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래서 마지막에 썼다. 신선은 어딘가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 마침내 자기 마음으로 돌아온 사람이라는 것을. 이것이 이 시가 말하고 싶은 가장 깊은 문장이다.
8. 내가 생각하는 ‘오늘의 신선’
오늘의 신선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돈이 많은 사람도 아니고,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도 아니며, 세상과 담을 쌓은 은둔자도 아니다. 그는 아마도 아침마다 자기 삶을 다시 시작하는 평범한 사람일 것이다.
남보다 조금 덜 욕망하고, 조금 더 오래 바라보고, 조금 더 깊이 듣고, 조금 더 쉽게 감사하며, 필요할 때는 기꺼이 내려놓을 줄 아는 사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 삶의 중심을 세상의 평가에 맡기지 않는 사람이다. 그에게는 마음속에 산이 있다. 세상이 흔들려도 그 산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맺으며 《오늘의 신선》은 늙지 않는 인간을 꿈꾸는 시가 아니다. 오히려 늙어가면서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내려놓을 것인가를 묻는 시다. 나는 인생의 후반으로 갈수록 사람이 더 많은 것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덜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불필요한 욕망을 덜어내고, 과거의 영광을 덜어내고, 타인의 시선을 덜어내고, 마침내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는 강박까지 덜어낼 때, 사람은 비로소 자기 자신에게 돌아온다.
그리고 그 빈자리에서 바람을 느끼고, 저녁의 온기를 느끼고, 마음속 산 위에 뜨는 작은 별 하나를 바라보게 된다.
옛 신선은 산을 찾아 떠났지만, 오늘의 신선은 자기 마음으로 돌아온다. 나는 그 사람이 어쩌면 우리 모두가 늙어가며 도달해야 할 가장 조용한 자유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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